Laffee's blogu

December 29, 2019

개발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계기와 그 당시 상황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아무래도 비전공자이다 보니 왜 개발자의 길을 택했는지를 물어보시는 경우가 자주 있어서 그 당시 정리했던 글을 블로그에 올려봅니다.


애초에 대학도 점수에 맞춰서 진학했고, 전공에 별로 관심도 없었습니다. 졸업 후에도 특정 커리어를 꾸준히 쌓지 못했습니다. 나름 좋게 보면, 자유롭게 외국 생활도 해봤다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방황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무엇으로 먹고살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등에 대한 질문을 일찍 던져보지 못해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앞으로도 사실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프랑스에서 했던 교환학생 생활이 지금까지도 제 인생을 돌이켜보면 제일 즐거웠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면 그때 이후부터 일종의 이민병에 걸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발로 진로를 정하기 전까지 그랬었지요. 개발로 진로를 정했을 때 저는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체류 중이었습니다. 뉴질랜드 체류 이후, 2019년 가을부터는 캐나다 컬리지에서 유학하고 그 이후에 아예 캐나다에서 정착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2월(뉴질랜드 체류 시절)에 제 동생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제 캐나다 유학에 관한 얘기를 꺼냈었고, 대놓고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뉘앙스는 기억이 납니다. 유학 비용이 집에 부담이 되고 유학 가서 또 취업은 언제 할 것인지 등 부모님이 걱정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동생이 대놓고 얘기를 한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런 부분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렇게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반성도 하게 되고 생각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습니다. 결국 캐나다로 가야 할지 고민하게 되더군요. 그때 정확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행히 2018년 2월 9일에 간단히 정리한 것이 있었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경어체가 아닌데, 제가 그 당시에 작성했던 내용 그대로 붙여넣었습니다)


Q(1). 왜 캐나다행이 마음에 걸리나?

-> 1. 나이가 서른이 넘어 부모님으로부터 캐나다 유학자금의 대부분을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

-> 2. 캐나다 가서 정착한다고해서 행복해지는건가?

Q(2.1). 그래도 현실적으로 유학자금 조달이 부모님으로부터 된다면 가서 열심히 하면 되지 않는가?

-> 내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하여 성취한 것이 없다는 생각(지금 당장 뉴질랜드에서 열심히살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으로 인해 내가 나이 먹고 지원받아 가는 상황에 내가 떳떳하지 못하다.

--> 충분한 동기 부여를 가지고 내외적으로 더욱더 성장하고 지성을 갖추며(독서와 올바른 공부법을 통해) 내가 열심히 산다는 느낌을 받아야 함. 그리고 나이에 맞게 최소한의 경제력을 갖추어야 함.

Q(2.2) 그럼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건가?

행복해지려면 우리 삶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잘 대처하고 문제들을 잘 해결해나갈 수 있어야 by 신영준 박사(인간관계, 돈 등)

위의 말은 곧 최소한 먹고 살 정도(가족을 부양할 정도)의 경제력은 갖추고 사회적인 동물로서 인간관계(가족, 친구, 동료 등)에 문제가 없고 더 나아간다면 내 주변 사회, 사람들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신영준 박사님을 이 시기에 알게 되어서 ‘인생공부'라는 팟캐스트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저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을 알게 되고 제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여전히 저에게 어느정도 영향을 주고 계신 분입니다.

결국 제가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늦은 나이에 부모님께 큰 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사는지보다 내가 어떤 마인드로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밥벌이할 길을 찾아야 하는데, 대학 전공 쪽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애초에 크게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단순 반복적인 일을 계속하며 살아가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저를 생각하게 만들면서 자율성도 주어지고 그런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큰돈과 시간을 들여 학위가 필요한 진로는 택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코딩'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스타트업'이라는 세계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말은 그 이전에도 들어는 본 것 같은데 제 주변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코딩에 대해서 잘은 몰랐지만 그래도 머리를 쓰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했었고, 다행히도 학위가 없이 비전공자도 도전해볼 수 있는 진로였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었던 한국 기업의 이미지와 다른 합리적이고 열린 스타트업 문화도 그 당시에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제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래 고민하지않고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게다가 전망이 좋은 분야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누가 봐도 갑작스럽게 결정을 한 거라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호주 워홀도, 아프리카로 일하러 간 것도 그렇고 제가 꽂히면 그 방향대로 망설임 없이 가 버리는 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하고 부모님도 그렇고 동생도 반대했었습니다. 이미 합격한 캐나다 컬리지 입학도 취소하고 한국으로 최대한 빨리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전 결정한 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애초에 컴퓨터 및 IT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고, 수학이나 알고리즘 이런 쪽으로 두뇌회전이 빠른 사람도 아닙니다. 그래도 개발자라는 직업과 저의 궁합이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성장의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서 그렇습니다. 현재로서는 계속해서 개발자의 길을 걸어나가고 싶습니다.